산책길 마당에 풀어놓은 개에게 우리 개가 물릴 뻔 한 이야기 – 반려견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동물보호법
오늘 아침 10시, 평소처럼 강아지와 산책을 나섰다.
우리 강아지는 개와 사람 모두에게 사회화가 잘 되어 있는, 공격성이 전혀 없는 아이다. 동물병원에서도 여러 종류의 개를 만나도 물림사고나 짖음 없이 잘 지내는 편이고, 심하게 말하면 학대를 당해도 가만히 맞고만 있을 정도로, 갈등 상황에서 절대 반격하지 않는 아이다. 그리고는 자신을 때린 사람에게 다시 달려가 꼬리를 흔드는 개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걱정이 되는 기질이기도 하다. 이런 아이일수록 보호자가 방패가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2주 동안 매일 같은 산책길을 걸었다. 어느 집 앞을 걸어갈 때마다 유난히 맹렬하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집안에 개가 있었다. 보통 마당에 풀려 있었고, 담장은 낮았다. 개가 혼자 있을 땐 담장 앞으로 와서 짖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 걸로 봐서 겁이 있는 개 같아 보였다.
'무섭지만, 담 안에 있으니까 괜찮겠지.' '우리 개는 무던하고 안정적인 갈등회피형 개니까 괜찮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 집 앞에 개 2마리가 풀려 있었다. 도로 위에 나와 있었다.
처음엔 떠돌이개 2마리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키우는 개라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도로에 나와 있을 순 없을테니까.
풀려 있던 개, 그리고 물릴 뻔한 순간
돌아가려면 차들이 쌩쌩 달리는 2차선 도로 옆으로 다녀야 해서, 할 수 없이 우리 개를 강 쪽으로 보내고, 내가 중간에 껴서 완충제 역할을 하면서 지나 갈까 서서 고민하는 사이, 멀리서 보니 개 2마리는 우리를 보더니 도망간 것 처럼 보였다. 거리는 확보 됐으니 괜찮을거라고 안심하고 집 앞을 지나가는 순간 소형견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다시 튀어나왔다. 빛의 속도로 일어난 일이었다. 개들은 사람 보다 훨씬 빠르다.

그날 따라 고프로를 들고 산책을 하고 있어서 영상으로 남아 있었다. 누가봐도 소형견의 공격으로 보였다.
내가 보기엔 공격견은 도로를 자신의 영역으로 느끼고, 우리가 침범하는 것으로 느껴 공격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콩알만한 개는 리취를 펜스로 막힌 곳으로 몰고가서 목을 물려고 했다.


나는 소형견이 물기 전 재빨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가만히 서있는 여자 집주인은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며 돌아온 대답이 놀라웠다.
"그냥 놔둬보세요. 서열 정리 해야 해요."
네...???

"내 귀를 의심했다."
자기 개가 남의 개 목을 물려고 하는 상황에서, '서열 정리'라니... 이 상황은 '놔두면' 서열이 정리되는 게 아니라, 물림사고 나는 것이다.
서열정리는 무리라는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관계가 있는 개들끼리 하는 거지 무슨 동네에서 마주치는 개 사이 서열 정리인가? 무슨 일진이야? 만나자마자 맞장뜨고 서열 정리하게??
여주인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물리던 말던 개 사이에 끼어들어 막았다. 다행히 작은개는 내가 막아서자 이빨음 감추로 살짝 뒤로 물러 섰다. 하지만 옆으로 곧 빠져 나와 다른 방향으로 달려들어 여전히 목을 물려고 했다. 너무 순식간이라 경황이 없어서 고프로를 개 둘 사이에 밀어 넣어서 막았다. 찍힌 영상에서 캡쳐해서 올려본다. 진짜 물렸으면..아찔 했다. 무시무시한 사진들이다.
- 입 최대 벌림+ 치아 완전 노출 → 물림 시도 단계
- 근접 임계 거리 → 돌진 시 즉시 목·측면 물림 가능하다.
- 리취 치아 노출 없음 → 반격 신호 미약, 갈등 회피 경향
여주인이 개를 들어 올리자 모든 것이 해결됐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랬는지 잔뜩 풀이 죽어 있다.
공격할 줄도 몰라 당하기만 하는 순한 우리개.. 히웅히웅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자 리취는 바른 자세로 대화 내내 옆에 얌전히 앉아 기다렸다.

아저씨가 소리를 듣고 나오셨다. 모든 개가 친하게 지내야 된다며 사회화를 시키라고 하셨다.
“우리는 개를 풀어 놓고 키워. 지금까지 마을 주민들과 아무일도 없었어. 이 개한테만 그러네?”
....
어머니는 연신 미안해 하시며, 소형견이 어릴 때 큰 개에게 물렸다고 했다. 우리 개랑 똑 닮았다고 하셨다.
큰 개가 무서워서 그런는 거라고 하셨다.

화를 낼 수도 있지만 침착하게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고 돌아 나왔다.
충격을 받은 건 우리 개였다
물리는 상황에서도 반격하지 않고 참 침착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침착한'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갈등 회피 성향이 강한 개들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싸우거나 도망가는 대신 얼어붙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안으로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개가 그 뒤 한참 동안 대변을 보지 못한 것이 그 증거였다. 이후 우리는 계속 산책을 이어갔는데, 평소와 다르게 정해진 포인트에서 대변을 보지 않고 지나쳤다. 이상하게 평소와 같이 냄새도 맡지 않은채 그냥 앞만 보며 계속 걸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산책이 2시간이나 늦어 대문 앞에 앉아서 날 기다릴 정도로 화장실이 급할 만도 한데? 어찌 대변을 안보는 것인가? 결국 그 장소에서 한참을 벗어난 뒤에야, 겨우 대변을 볼 수 있었다. 평소 1회 산책시 2~3km 정도를 걷는데 오늘은 5.79km를 걸었다. 말을 못하는 아이가 "오늘 무서웠어." 몸으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나도 계속 함께 걸었다.
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긴장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소화 기능이 억제되기 때문에 배변 패턴이 변하기도 한다고 한다.
반려견 보호자라면 꼭 알아야 할 동물보호법
🔗 목줄 착용은 선택이 아닌 의무
이번 일을 겪으며 동물보호법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정리해 본다.
반려견 매너, 서로를 위한 배려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것들이 있다.
첫째, 사람에게 순한 개가 개에게도 순한 것은 아니다. 오늘 만난 그 소형견이 정확히 이런 경우였다. 지팡이를 짚은 거동 불편한 할아버지에게도 아무 반응이 없을 정도로 사람에게는 완벽하게 사회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에게는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했다. 이 경우, "우리 개는 착해요"라는 말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둘째, '사회화'는 무작정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다. 특히 트라우마가 있는 개를 준비 없이 다른 개에게 노출시키는 것은 사회화가 아니라 오히려 트라우마를 강화시키는 행위다. 오늘 그 집 보호자가 한 것이 정확히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 과거에 큰 개에게 물린 트라우마가 있는 소형견을, 아무런 통제 없이 다른 개와 마주하게 한 것. 동물행동학에서는 이런 방식을 '플러딩(flooding)'이라고 부른다. 공포의 대상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는 것인데, 동물행동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Merck Veterinary Manual에서도 이 기법은 권장하지 않으며, 부적절하게 실행될 경우 문제 행동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Espinosa et al.(2025)의 대규모 연구(N=4,497)에서도 생후 초기의 부정적 경험이 성견의 공격성과 공포 반응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짜 사회화는 안전한 거리에서 점진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다.
셋째, 순한 개도 보호자의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 개는 공격당해도 가만히 있을 정도로 순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소형견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응성이 생길 수 있다. 동물행동학에서는 이를 '감작화(sensitization)'라고 한다 — 반복적인 부정적 경험에 노출되면 둔감해지기보다 오히려 반응이 강해지는 현상이다. 이와 관련되 Cornell 수의대의 연구를 보면 사회화 부족이나 과거의 나쁜 경험이 이런 반응성의 주요 원인이며, 공격성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순한 기질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 감작화는 되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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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작화는 되돌릴 수 있다. 체계적 탈감작과 역조건화(DS/CC)를 통해 부정적 경험을 긍정적 기억으로 바꾸는 방법을 배워보며 정리해 보려고 한다. (예정)
넷째, 목줄은 상대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내 개가 아무리 착해도, 상대 개가 불안해할 수 있다. 우리 개는 젠틀하게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상대에게는 그것 자체가 공포였을 수도 있다. 000을 언급한 수의행동학자 Dr. Katherine Houpt는 "모든 개가 모든 사람과 개를 좋아해야 한다는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개에게도 개인 공간이 있고, 보호자가 그 공간을 지켜주는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 목줄은 내 개의 안전이자, 상대 개와 보호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다시, 오늘의 산책길
오늘의 일이 속상하고 화가 난다. 하지만 돌아가려면 2차선 도로 옆 위험한 길밖에 없으니, 나는 내일도 그 집 앞을 지나야 한다.

다음부터는 그 집 앞을 지날 때 내가 개들 사이에 끼어서 걸어가려 한다. 그렇게 하면 덜 짖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산책 때 마다 고프로를 꼭 들고 가려고 한다.
우리 개는 지금 옆에서 자고 있다. 오늘 아침 5.79km를 걸으며 겨우 안정을 되찾은 아이. 학대를 당해도 꼬리를 흔들고, 이빨을 보여도 인사를 건네는 바보 같은 아이. 이 순한 아이가, 내일도 편하게 산책하며 자유로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격성이 있는 개를 풀어놓는 것은 그 개의 트라우마도 치료하지 않는 것이고, 지나가는 다른 개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결국 가장 불쌍한 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그 소형견일지도 모른다.
모든 보호자가 자기 개의 안전과, 이웃의 안전을 함께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목줄 하나가 서로의 산책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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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산책로에서 공격적인 개를 만났을 때 — 산책 루트를 바꿨다
지난 글에서 산책길에 풀어놓은 개에게 우리 개가 물릴 뻔한 이야기를 했다.https://dastoryu.tistory.com/121 전원 주택 마당에 풀어놓은 개에게 산책중인 우리개 물릴 뻔 한 이야기 – 반려견 보호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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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 인용된 법률 정보는 2025년 기준 동물보호법을 참고한 것이며, 구체적인 법률 상담은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References
- Merck Veterinary Manual (2025). Behavior Problems of Dogs. — 플러딩 비권장, 감작화 위험 merckvetmanual.com
- Espinosa, J., Zapata, I., Alvarez, C.E. et al. (2025). Influence of early life adversity and breed on aggression and fear in dogs. Scientific Reports, 15, 32590. nature.com, DOI: 10.1038/s41598-025-18226-0
- Cornell University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Managing Reactive Behavior. cornell.edu
- Gué, M. et al. (1989). Stress-induced changes in gastric emptying, postprandial motility, and plasma gut hormone levels in dogs. Gastroenterology, 97(3), 649–655. PubMed
- Ferrante, V. et al. (2024). Behavioral, Physiological, and Pathological Approaches of Cortisol in Dogs. Animals, 14(23), 3536. MDPI
- Overall, K. L. (1997). Clinical Behavioral Medicine for Small Animals. Mo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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