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들/루미 Rumi

아기 고양이 (루미)를 입양하다.

먼산 2026. 3. 10. 13:15

루미의 보호소 시절

루미는 생후 2~3개월 때 나에게 왔다. 2026년 1월 9일 화성시 유기동물 보호소(반려마루)에서 데려왔다. 어미 없는 아기고양이 3자매가 편의점앞에서 발견, 가정집에서 임보중이었다. 사진을 봤는데, 루미의 눈에서 익숙한 사람 눈빛이 보였다. 마치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내가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을 입양해 같이 사는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연락하지 못했다. 다음날 전화해 입양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다른 신청자가 없어 그 다음날 바로 데려왔다.

아기 고양이 시절 루미

화성까지 3시간 이상 달려 보호소에 도착해 사무실에 들어가니, 작은 켄넬 안에 3자매가 등을 맞대고 웅크리고 있었다. 표시가 따로 되어 있지 않아 사진으로 구별해야 했는데, 소장님께서 가장 앞쪽에 있는 아이를 꺼내주셨다. 까다롭게 굴기가 미안해 그냥 그 아이를 입양해 왔는데, 털 색깔이나 무늬로 보아 소장님이 처음 꺼내주신 아이가 루미가 맞는 것 같다.

내가 보호자로 마음에 들었던 걸까? 소장님이 안았을 때는 하악질을 했는데, 내가 안으니 팔 위에 얌전히 있었다. 동물 등록과 칩 시술을 마친 후, 다시 먼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왕좌의 공주

3시간이 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루미는 이동장 안에서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마치 왕좌에 앉은 공주처럼, 근엄하게 엎드려 고상한 눈빛으로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날 데려가는데 운전은 잘 하고 있나?”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아이

집에 와서 하루 동안 먹지도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대신 옷장 뒤, 침대 밑 등 움직이기 힘든 틈새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작게 낑낑대며 울기도 했다. 동물 행동학자들은 이럴 때 고양이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 반드시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은가. 혹시 형제들 곁에서 떨어져 나와 무서워 저기 들어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 엎드려 루미의 눈을 들여다봤다. 지금은 루미에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침대 밑 인 것 같았다..

"애기야… 거기가 그렇게 좋아? 그럼 거기 그냥 있어. 응, 거기 있어. 그래도 돼."

그런데 오히려 루미가 안심시키듯 나에게 눈 키스를 계속 보내는 게 아닌가. "언니, 걱정하지 마. 나 잘 있어"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나 괜찮아, 그냥 냅둬",  “나 해치지마”, “나 좀 냅둬” 였을지도.. ㅎㅎ)

노엘이는 자기 집도 아니면서 대놓고 들어와 당당하게 돌아다니는데, 루미는 이제 자기 집인데도 죄지은 것마냥 숨어 다니니… 에휴 마음이 아파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나와도 괜찮아. 응응 그래, 할 수 있어... 나와도 돼..그래그래, 그렇게 나오는거야. 괜찮아.."

그랬더니… 슬슬 구석에서 방 안쪽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오면 만지지도 않고 그냥 무시해 방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했다.

처음엔 가장 저렴한 캐츠랑 키튼 사료를 물에 불려 줬다. 새 환경이 낯설어서인지, 아니면 보호소에서 다른 사료를 먹었던 탓인지 —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 입맛도 공주님이시다. 로얄캐닌 Mother & Babycat 파테 습식을 내밀었더니 허겁지겁 바로 먹기 시작했다. 로얄캐닌은 어떤 상황에서도 기호성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 ㅋ


배는 빵빵한데, 화장실은 왜 안 가?

드디어 방에 나온 루미의 배를 보니 빵빵했다. 밥을 전혀 안 먹었는데? 아무래도 대소변을 꾹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 배변 흔적이 없다. 츄르를 들고 화장실로 유인한 후, 직접 손으로 모래를 파면서 "여기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루미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따라서 모래 파는 시늉을 했다. "잘했어!" 하며 츄르를 줬고, 그날 밤 내가 자는 사이 화장실에 첫 대소변을 봤다.

그렇게 입양 후 먹고, 자고, 싸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휴…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적절한 화장실 고르기, 청소 방법, 장난감, 발톱 다듬기, 귀 청소, 목욕, 습식 vs 건식 사료 선택… 시골 특성상 길고양이가 많이 찾아와서 중성화 문제까지. 입양 후 두세 달은 할 일이 은근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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